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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폐공장을 재활용한 가스웍스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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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기차를 타고 4시간 반 만에 도착한 시애틀,
그저 이곳에서 다시 기차를 타고 돌아간다 해도
그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을 것 같았던
아름다운 경치를 누린 기차여행이었습니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ㅎ
저녁 7시 기차를 다시 탈 때까지
우리에게 주어진 8시간을 즐기기 위해서
유럽 분위기 물씬 나는 킹스트리트 역을 뒤로하고
버스 정거장으로 향합니다

기차역 바로 옆에 위치한 스테디움도
길 옆구리에서 살짝 엿볼 수 있었어요
8시간 안에 오늘의 플랜을 여유 있게 달성하려면
여기저기 기웃거리지 말고
계획대로 움직이는 게 좋을 듯하여
살짝 엿보는 것으로 만족하고
스테디움은 패스합니다

우리의 첫 목적지는
오늘의 계획 중에서 이곳으로부터 가장 먼 곳인
가스웍스공원입니다
시간이 한정적인 당일치기 여행이니까
거리상으로 가장 먼 곳부터 시작하기로 했어요

친절한 구글맵의 안내에 따라
쉽게 버스 정거장을 찾아냅니다
구글맵 없을 땐 종이지도로
일일이 거리이름 확인해 가며 다녔었는데…
구글의 힘이 새삼 놀라운 시점이네요
우리가 타야 할 버스는 40번인데요
가스웍스 공원까지 다른 노선의 버스도 있었지만
40번 버스가 유니언호수를 끼고 달리는
전망 좋은 버스여서 오늘의 버스로 뽑혔답니다

40번 버스 도착~ 버스비는 $2.75인데요
거스름돈을 안 주니까 잔돈으로 준비하셔야 합니다
와~ 사람도 별로 없는 버스인데
두 칸을 이어 붙인 긴 버스였습니다

버스비를 내면 이렇게 생긴 티켓을 주는데요
저녁 10시 반까지로 티켓이 잘라져 있으므로
그 시간까지는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답니다
아침 11시라면서 밤 10시 반 까지나요?
아니요~ 이 티켓 사진은 저녁 6시경에 받은
기차역으로 돌아올 때의 티켓 사진이에요
티켓을 받고 4시간 정도 이용이 가능한 거 같았어요
다른 버스를 다시 탈 때에는
그냥 이 티켓만 운전기사에게 보여주면
그냥 통과되더라고요
그러고 보면 버스비가 그렇게 비싼 거 같지는 않죠?
그런데 티켓이 너무 올드 스타일 아닌가요?
수동으로 잘라내는 이용시간 표시라니~
모든 것이 디지털화되어있는 요즘 시대에
왠지 정감이 갑니다~ㅎ

노선도에서 본 거처럼
유니언 호수를 끼고 버스가 달립니다
아름다운 호숫가 풍경 구경에
또 하나의 즐거움이 더해집니다
그런데 너무 창밖 풍경에 몰두했었는지
우리가 내려야 할 정거장에서
세 정거장이나 지나버린 걸 깨달았어요
제대로 내렸어도 10여분을 걸어야 공원입구인데
거기에 더하기 세 정거장이니
30분 걷기 운동 당첨입니다
길을 건너가서 반대 방향으로
버스를 다시 탈까 생각도 했었는데요
20분 후에야 도착되는 버스 시간표를 확인하고
그냥 걷기로 결정했습니다

처음 와 보는 동네를 어슬렁어슬렁 걸어서
가스웍스 공원을 향합니다
어라~ 저 동상은 뭐지?
공산권 국가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거대한 동상이 뜬금없이 나타납니다
딸아이가 바로 검색에 들어가네요
아하~ 어느 교수님께서
체코에서 옮겨온 동상이라네요
공산권이 무너진 후에 철거하는 여러 동상 중에서
저 레닌의 동상을 사비를 들여서 옮겨왔다는~
그러게요 느낌이 공산권이 더라니까요~ㅎ

이건 뭐죠?
우주와 관련된 건물인가요?
눈길을 끄는 조형물이 있어서
이것도 잠깐 눈에 담아보고 다시 목적지를 향해서 갑니다
세 정거장이나 지나왔기에 볼 수 있었던
이런저런 예상치 못했던 풍경들도
또 다른 보너스가 되는 여행의 묘미,
여행에는 정답이 없는 거 같아요
계획대로 잘 되었어도 혹은 잘 되지 않았어도
그 모든 과정이 여행임을 다시 한번 깨닫습니다

이것저것 구경하면서 걷다 보니
유니언 호숫가에 다 달았네요
호수 건너편으로 시애틀 다운타운의 빌딩라인이
살그머니 보이기 시작합니다

요트가 정박해 있는 마리나의 풍경~
그리고 그 너머의 대도시 빌딩라인이
묘한 조화로움으로 어우러져 시애틀을 만들고 있어요

2101 N Northlake way Seattle
Gas Works Park

마리나를 지나치자 공원입구가 나옵니다
멀리 보이는 공장 같은 구조물들과
푸른 언덕이 조화를 이루는 곳,
가스웍스 공원에 도착했어요

푸르른 언덕 위에 거위 떼가 앉아서
공원을 누리고 있네요

가까이 갈수록 공장의 구조물들이 확실하게 보입니다
가스웍스 공원은 원래 석탄가스 공장이었다고 해요
1900년 초반부터 50년가량을 운영해 오다가
시대의 변화에 따라 버려진 공장이었는데
시애틀 시에서 공원으로 개발해서
지금은 시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멋진 공원으로 탈바꿈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멋진 언덕 사이로 난 길을 조깅하는 사람,
가족이나 연인끼리 나들이 나온 사람,
우리처럼 여행을 와서 즐기는 사람들까지
많은 사람들이 공원을 즐기고 있었어요

아예 바닥에 누워서 일광욕을 하고 있는
자유로운 어떤 이의 모습도
가을빛으로 곱게 물든 공원과 어우러져
자연스러운 풍경으로 다가옵니다

언덕의 꼭대기까지 오르면
이렇게 생긴 조형물이 있고요~

그곳에서 바라다 보이는 시애틀의 전경과
오른쪽 끝의 스페이스 니들까지
시애틀 전체를 조망하기에 아주 좋은 곳이었답니다

이 언덕 위에는 딱 두 개의 벤치가 있었어요
이곳에 앉아서 잠시 시애틀을 바라봅니다

날씨도 좋고~ 경치도 좋고~
이렇게 맑은 가을날의 시애틀 풍경은 더더욱 좋네요

시애틀을 그렇게나 많이 왔었는데
이렇게 아름다운 공원을 이제야 처음 와 봅니다

언덕 위에서 인사하는 거위들의 배웅을 받으며
이제 공원을 떠나서 호수 건너편으로 바라다 보이던
빌딩 숲 사이로 들어가 보려고 합니다

내려오는 길에 가까이에서 보니
가스공장의 조형물들이
더 명확히~ 더 공장스럽게~ 눈에 들어옵니다
자칫 허물어 버렸거나 폐허로 방치되었을
수명을 다한 공장 건물을
자연과 조화시켜 공원으로 탈바꿈시킨
반짝이는 사람들의 지혜도 놀랍지만
저런 건물이 자연과 조화를 이루어
이런 풍경을 만들어 낸다는 게 더 놀랍더라고요

이제 다운타운으로 가는 버스를 타러
정거장을 찾아서 걸어왔는데요~
어라~? 뭐지?

사거리 코너 정확한 모서리에
버스 정거장 표시가 붙어 있었어요
이런 위치에 버스 정거장이 있다고?

보세요~ 맞죠? 버스 정거장 표시!
우리가 타고 가야 할 40번 버스도 정차한다고
표시가 되어 있잖아요
그런데~ 이런 사거리 모서리가 버스 정류장?
긴가 민가 하는 맘으로 버스를 기다려봅니다

오~ 버스가 왔어요
그리고 정차해서 사람이 오르고 내립니다
이렇게 특이한 장소에서 말이죠~ㅎ
암튼 버스가 왔으니 얼른 타고
다운타운으로 가보도록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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