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신데렐라에 나오는 요정 할머니처럼
짠~ 하고 나타나 그랑프리 티켓을 쥐어주고 가신
감사한 요정 할아버지 덕분에
생각지도 않았던 모나코 그랑프리를
공짜로 관람하게 됩니다
바로 전 포스팅을 참조해 주세요~^^
딸아이와는 다른 구역이었기 때문에
각각 다른 입구를 이용해서
각자의 자리를 찾아갔어요
임시 스탠드처럼 생긴 등받이도 없는 긴 의자였지만
앉아야 할 자리에 열과 번호가 지정되어 있어서
티켓에 나온 번호대로 앉아야 했답니다
햇빛을 가려줄 지붕도 없고…
오늘 땡볕에 일광욕 제대로 하겠다 싶었습니다
이것이 제가 앉은자리에서 보이는 서킷입니다
이 구역을 지나는 레이싱 장면만 보는 것이고
전체적 레이싱 모습은
앞쪽에 전광판으로 지켜보는 시스템이군요
여기가 150유로짜리 좌석이고요
딸아이가 앉아 있는 200유로짜리는 어떤지
비교 한번 해볼까요?
딸아이가 찍어서 보내준 사진이에요
딸아이가 앉은 스탠드에서 보이는 서킷입니다
앞에 요트가 정박해 있는 바다를 배경으로 하고
서킷이 보이는 시야도 제가 앉아 있는 쪽 보다
훨씬 길고 시원하게 보이네요
50유로 차이가 이렇게나 큰 건가요?
전광판도 우리 쪽 보다 훨씬 큰 거 같았습니다
50유로 차이인데…
좀 많이 환경이 다르네요~ ^^
제가 앉아 있는 곳 건너편 아파트에도
베란다에 사람들이 나와있네요
와~ 저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공짜 구경하네~
그런데………
일정한 층에만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을 보고
이상하다 생각했었거든요
점심시간에 그 앞을 지나면서 보니까
입구에서 표 검사를 하고 있었어요
아파트 베란다에서 볼 수 있는 티켓도
판매되고 있는 거 같더라고요
앞 건물 일층에는 스테이크 식당이 있었는데요
그 식당 파티오에서도 레이싱을 지켜볼 수 있었어요
아~ 이따 점심시간에
이곳과 가까운 저 식당을 가면 되겠다~
알고 보니 그 식당도 식사와 함께하는
그랑프리 티켓을 따로 사야 이용할 수가 있더라고요
심지어는 항구에 정박해 있는
요트에서 관람하는 티켓까지~~
알뜰살뜰 주변의 모든 것을 모두 티켓 화해서
비즈니스를 하고 있었답니다
11시부터 시작되는 포뮬러 3팀의
퀄리파잉이 시작됩니다
굉음을 내면서 빠른 속도로 내달리는
날랜 모양의 경주용 차가 등장하자
레이싱에 도무지 무관심하던 저 같은 사람도
가슴이 뛰고 흥분되기 시작하네요
포뮬러 3팀이란 FIA가 국제적으로 공인한
포뮬러 자동차 경주팀 중에서
가장 급이 낮은 경주팀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포뮬러 1로 가기 위한 운전자에게는
중요한 입문 코스이기 때문에
그 중요성을 인정받고 있다고 해요
포뮬러 1 드라이버가 되는 표준이 되는 코스는
어린 시절의 카트 대회로 시작을 하고요
포뮬러 4 - 포뮬러 3 - 포뮬러 2의 코스를 밟아서
그중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가
세계에서 20명뿐인 포뮬러 1 선수로 발탁된다고 하네요
모든 포뮬러 1 선수가
이 코스를 다 거쳐야 하는 건 아니지만
이 코스를 보통 로열 로드라고 부르고
대부분의 선수가 이런 과정을 거쳐서
세계 최고 20인에 속하게 된다고 하죠
제 관람석 앞쪽에 여유가 있는 코너 부분이 있었는데요
레이싱카 한대가 무서운 속도로
좁은 길에 코너를 돌다가 서킷을 이탈했어요
바로 차를 돌려서 따라붙는 차들 사이를 비집고
서킷으로 끼어들기를 하는데
뒤에서 달리던 차들과 부딪히면 어쩌나 하고
조마조마했답니다
그런 것도 볼만한 구경거리 중에 하나더라고요
이곳에서 스태프로 일하는 젊은이들도
아르바이트하랴 경기 관람하랴
핸드폰으로 틈틈이 사진 찍으랴 바쁩니다
그래도 포뮬러 1도 보고 돈도 벌고~
이거 꿩 먹고 알 먹고~
좋은 알바 같네요
포뮬러 3의 퀄리파잉이 끝나고
스크린에 선수들의 순위가 나오고 있네요
퀄리파잉이란 본 경기를 앞두고
본경기의 출발 순서를 정하는 예선 게임인데요
특히 몬테카를로 서킷은 도로 폭이 좁아서
일단 차가 순서대로 출발하면
앞차를 추월하는 게 쉽지 않다고 해요
그래서 특히 이곳에서의 퀄리파잉은
출발선 앞쪽을 차지하기 위한 중요한 경기로
결승전 못지않은 치열함을 보인다고 합니다
이제 중간 휴식 시간입니다
점심을 먹으려고 서둘러 경기장을 빠져나가서
식당 앞에서 딸아이를 만납니다
식당이 그다지 많지 않은 탓에
조금 있으면 사람들이 몰려올 것 같아서
서둘러 2층으로 올라가 자리를 잡았답니다
피자와 콜라로 간단히 점심을 먹고
선블록을 사야 할 거 같아서 타운 쪽으로 나갑니다
햇빛을 정면으로 받은 딸아이가
얼굴이며 팔이며 빨갛게 익었네요
멀리 언덕 위로 성채가 보입니다
오른쪽 길 끝에 초록색 십자가인 약국 마크가 보여요
오늘 햇살이 제대로 쨍한 날이어서
꼭 선블록을 사야만 했답니다
선블록을 사서 최대한 보호막을 치고
각자 헤어져서 다시 경기장으로 들어갔습니다
이제 포뮬러 1의 연습경기를
1시간 동안 관람 할 차례예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서
차를 서킷에서 치울 수 있는 장비차와
안전요원들이 서킷 주변에 대기 중입니다
시속 3백 킬로를 넘나들며 질주하는 경기이다 보니까
실제로 경기 중에 차가 부서지기도 하고
펑크가 나기도 하고
심하면 화염에 휩싸이기도 하는 일 들이
자주 발생 하더라고요
영국의 고급 수제 스포츠카 회사인 애스턴 마틴,
초록색 포뮬러 원 카가 지나갑니다
와우~ 속도가 오전에 포뮬러 3 팀과는
확연히 차이 남을 느낄 수 있었어요
독일팀인 메르세데스 벤츠의 차량입니다
벤츠팀의 주 운전자인 루이스 해밀턴은
F1 최초의 유일한 흑인 드라이버 이기도 한데요
포뮬러 1 월드 챔피언을 7회 차지했고
포뮬러 역사상 가장 우승을 많이 한 선수로
기록되고 있는 최고의 스타 선수 중에 한 명입니다
포뮬러 1의 연습경기 이긴 하지만
선수들이 내일 있을 퀄리파잉에 대비해서
서킷을 달리며 전체적인 작전도 짜고
여러 가지 시도도 해볼 수 있는 연습경기라서
제법 치열하기도 했고
포뮬러 1의 자동차들이
눈앞에서 달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볼만한 가치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네요
포뮬러 1팀은 모두 10개의 팀이 있고
각 팀마다 두 명의 선수를 대회에 출전시키고 있어요
이번 시즌에는 레드 불의 막스 베르스타펜이
초강세로 계속 우승을 차지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랑프리 대회를 직접 보기 전에는
레이싱에 관심도 없었고
당연히 포뮬러 1에 대한 지식도 없었어요
모나코 대회를 보고 온 후에
포뮬러 1에 대해 뒤늦게 관심이 생겨서
이번 시즌에 다른 곳으로 가서 하는 대회도
관심 있게 티비로 지켜보는
포뮬러 1 팬이 됐다네요
이제는 선수의 얼굴을 보면
어느 회사에 어떤 선수라는 거 까지
알 수 있을 만큼이나 발전했습니다
지금 아는 만큼 모나코 대회를 볼 때 알았더라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해보네요
저때는 뭐가 뭔지 잘 모르고
속도감과 현장 분위기에 그저 신났던 거 같아요
사진을 찍어 온 거 보니까
중요한 팀 차들은 하나도 못 찍어서
딸아이한테 미안하더라고요
딸아~ 사진은 내가 찍을 테니
넌 경기 보는 것만 즐겨~ 했더랬는데
자리도 전혀 다른 구역에 각각 앉았으니
뭘 물어볼 수도 없이 개념 없이 사진을 찍었네요
정작 딸아이가 좋아하는 팀의 차는
하나도 안 찍었더라는~ㅎㅎ
높은 사다리 차 위에서
열심히 티비 중계를 찍고 계시는
카메라 맨의 모습도 보였습니다
시야가 트인 만들어진 경주 서킷이 아니어서
내 앞으로 지나가는 부분만 눈으로 보고
전체적인 경기 상황은 스크린으로 볼 수 있었어요
연습경기 종료시간 5분을 남기고
사고가 발생했어요
바로 제가 앉아있는 앞쪽이었는데요
윌리엄 레이싱 팀 소속의 알렉산더 알본 선수가
차를 가드에 들이받아서 바퀴가 틀어졌네요
그래서 연습경기가 그대로 종료되고 맙니다
다행히 선수는 다치지 않았지만
워낙 무서운 속도로 달리는 경기니까
늘 목숨을 걸고 해야 하는 스포츠라는 걸
다시 한번 확인합니다
오후 5시에 다시 F1 연습경기가 있지만
저녁 비행기를 타고 파리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늦은 오후 경기는 볼 수가 없었어요
딸아이는 몹시 아쉬워했지만
사실은 날이 너무 뜨거워서
더 오래 앉아 있는 것도
보통 일은 아닐 거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기쁜 맘으로 경기장을 빠져나왔답니다~ㅎㅎ
짧은 일정의 모나코였지만
그랑프리와 함께한 강렬한 기억을 남기고
공항으로 가기 위해서 다시 니스로 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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