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히 아침을 챙겨 먹고
그랑프리 대회장을 향해 씩씩하게 걸어갑니다

역에서 나와 오른쪽 방향을 향해 내려가면서
위에서 내려다 보이는 항구의 경치~
백만장자들의 요트가 빼곡히 정박되어 있어요
저 아래 어디쯤에 그랑프리 대회장이 있을 거 같네요

어제 보았던 모나코 국왕 알베르 2세 얼굴이 그려진
그랑프리 대회 홍보 사인입니다
1950년부터 시작된
모나코 그랑프리 포뮬러 1 대회는
올해로 80번째를 기록한다고 해요

가는 길에 무심히 툭 나타난 자동차 판매점~

동네에서 슈퍼마켓을 만나듯이
이름도 모를 자동차 판매장들이 툭 툭 나타납니다
규모가 크지도 않았고 매장이 호화롭지도 않았어요
자동차 판매소가 마치 동네 잡화점처럼
무심한 위치에서 평범한 모습으로 등장하네요

길가에 마련된 자동차 주차구역 대신에
오토바이 주차 구역이 아주 많았고
길에 다니는 고급 모토 사이클들을
아주 많이 볼 수가 있었습니다
도로변에 자동차 대신에 모토 사이클 주차장이라~
너무 신기하더라고요

10분 정도 걸었을까요?
구역별 이정표가 붙어 있는 걸 보니
대회장에 거의 다 온 거 같습니다
온라인 예약표에 쓰인 알파벳 구역대로
표지판 화살표를 보고 따라갑니다
모나코 그랑프리는 따로 지정된
레이싱 전용 트랙이 있는 게 아니고
도시 전체 도로를 따라서 도는 코스여서
레이싱 카가 달리는 코스 요소요소마다
임시 스탠드를 만들어서
관중석으로 사용합니다
당연히 어느 구역에 앉느냐에 따라서
가격 차이가 나겠죠?
일단은 본인 예약표에 지정된 구역 근처로 가서
진짜 티켓으로 교환을 해야 한답니다

모나코 항구 근처인 이 지역으로 오니까
카페도 보이고 일반 상점도 보이는 것이
이제야 사람이 생활하는 동네처럼 보이네요

대회장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다다르니
임시 설치된 기념품 판매점에서부터
음료수, 간식 판매대까지
이벤트 한복판으로 들어온 분위기가 납니다
흰옷을 입은 경찰들도 군데군데 서 있었어요
모나코는 국민 1인당 경찰 수가
세계 1위라고 하는데요
전체경찰의 60프로가 야간순찰에 투입이 되고
범죄가 발생하면 1분 만에 출동한다고 하네요
국경봉쇄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3분~
그래서 악명 높은 유럽의 집시들도
모나코에는 발을 붙이지 못한다고 해요

와~ 이런 분위기~
일 년을 기다려온 모나코 최고의 축제일입니다
분위기가 들썩들썩~
이 분위기를 느끼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업 되는데요?

일단 예약표를 가지고 진짜 표와 교환하러
티켓 컬렉션 오피스로 갑니다
긴 줄을 기다려서 딸아이가 안으로 들어갔다 나오더니
여기가 아니라고 하네요
그랑프리 티켓은 여러 대행사를 통해서 판매가 되는데요
혹 가다 사기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주의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딸아이가 구매한 사이트는
오피셜 공식 사이트였다고 해요
이곳이 아니라 오피셜 티켓 오피스를 찾아가야 한답니다
혹시~~ 사기당한 건 아닐까?
은근 불안한 마음으로 발걸음을 뗍니다
가면서 보니 티켓 판매소 앞에
표를 구한다는 푯말을 들고 서있는 사람들도
볼 수가 있었어요
모든 표가 매진되었다는 뜻이네요

약간은 불안한 마음으로
그랑프리 공식 티켓 오피스를 찾아갑니다
여기까지 오고 보니 딸아이가 경기를 관람할 동안
나는 어디에 가 있어야 생각이 번뜩 들었어요
모나코를 더 구경하러 나서기에는 시간도 애매하고
더 봐야 할 곳이 있을 거 같지도 않았어요
무엇보다도 날이 뜨거워서
더 이상 걸어 다닐 엄두도 나지 않더라고요
이 근처 어디 카페에 앉아 있어야 하나?
Once in a life~ 일생에 한번 오는 기회라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표를 살걸 그랬나?
표는 전부 매진됐다는 거 이미 알고 있으니
이제 와서 소용없는 생각이고…
일단 딸아이를 들여보내고 생각하자~
생각을 미뤄둡니다

그랑프리 공식 오피스 근처로 오니
공식 마크를 붙인 지원 차량이 있네요
오~ 저렇게 생긴 서킷을 도는구나~
서킷 모양도 공식 마크도 처음 봅니다
몬테카를로 서킷은 시가지 서킷의 대표 주자로
모나코 시내의 일반적인 도로를 통제하여
레이싱 서킷으로 사용하고 있었어요
모나코 서킷은 포뮬러 1이 아직 출범하지 않았었던
1929년부터 레이싱 경기를 개최해 온 서킷으로
현재의 F1에서 가장 오래된 서킷 중 하나라고 합니다
길의 폭이 좁고 구불어진 곳이 많아
포뮬러 1 대회 개최 서킷 중
가장 어려운 코스로 알려져 있다네요

모나코 그랑프리 공식 기념품점이 나타납니다
바로 옆에 티켓 컬렉션 오피스도 발견했어요
“혹시 사기를 당한 건 아니겠지?”
딸에게 조심스레 물어봅니다
공식 사이트에서 꼼꼼히 확인하고 샀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네요
엄마의 복잡한 속내와는 상관없이
기념품점에 먼저 가보고 싶다고 합니다
경기 끝나고 가면 사람이 많을 거라나요?
저기… 딸아…
입장권 교환부터 하면 안 될까?
속으로 말하면서 기념품점으로 따라가고 있어요

공식 기념품점에는 각종 의류를 비롯해서
모자, 신발, 액세서리까지
모나코 그랑프리 마크가 들어간
다양한 상품들이 있었는데요
가격이 만만치 않았답니다

우리 딸, 곤색 레이싱 재킷을 보더니
바로 구입을 결정합니다
가격은 159유로 ~
헐~ 내가 알던 짠순이 내 딸 맞아?
없는 시간 쪼개서 학기 중에 조교로 일해서 모은 돈,
모나코에서 플렉스 하네요
이번 여행 와서 유일하게 우리 딸이 쓴 돈 두 가지,
그랑프리 입장권과 레이싱 재킷 이랍니다

드디어 오피셜 티켓 콜렉트 오피스로 왔어요
처음에 잘못 갔던 에이전시 오피스보다
훨씬 있어 보이는데요?

여기서 우리에게 엄청난 일이 일어납니다
줄을 서서 기다리던 딸아이가
오피스 안으로 들어간 순간,
페라리팀 복장으로 응원 모드를 갖추고
고급진 가방에 고가의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까지~
어디선가 나타나신 어떤 할아버지께서
영어로 외칩니다
“누구 오늘 경기 무료로 볼 사람?”
다들 어안이 벙벙해서 쳐다보는데
제가 순발력 있게 바로 손을 들었지 뭐예요
천사 같은 할아버지께서 티켓을 제게 건네며
재미있게 보라는 말도 잊지 않으시네요
어떻게 이런 일이………
정말 일생에 한번 일어날까 말까 한 일이
저에게 일어난 거 맞죠?
사연을 들어보니 집에서 컴퓨터로 티켓을 예약했는데
여기 와서 티켓을 바꾸러 가 보니까
두 번 결제가 되어서 티켓이 두장이더라는~~
일단 결제가 되면
환불도 교환도 불가한 시스템이더라고요
고맙다고 인사하는 제게
쿨하게 손을 흔들고 퇴장하십니다

티켓을 교환해서 들고 나온 딸아이에게
천사 할아버지가 주신 티켓을 보여주고
자초지종을 말해줬더니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하네요
할아버지가 주신 티켓을 보더니
자기가 가진 티켓보다 좋은 자리라고~~
위에 티켓은 150유로짜리 우리 딸 티켓이고요
제가 받은 티켓은 200유로짜리 티켓~
가격만 봐도 어느 자리가 좋은지
금방 알 수 있었습니다

당연히 딸아이를 더 좋은 자리로 보내고
나는 딸아이의 자리로 가기 위해서 헤어집니다
12시쯤 포뮬러 3팀의 퀄러파잉 경기가 끝나면
식당 앞에서 만나 함께 점심을 먹기로 하고 말이죠
점심을 먹고 나면 다시 헤어져서
포뮬러 1팀의 연습경기를 본 다음에
모나코를 떠날 예정이에요
일생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한
행운이 가져다준 티켓 덕분에
관심도 없었던 모나코 그랑프리를 직관하게 되는,
여전히 믿기지 않는 행운을 누리게 됐네요
아마 드라마를 이렇게 썼다면
너무 비현실적이라고 비난받을 만큼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이야기 아닌가요?
세상에 이런 일이… 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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