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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파리에서 만나는 한국말 - 사랑해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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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크레 쾨르 대성당을 돌아보고
아까 트램을 탔던 곳과는 다른 방향에 있는
사랑해 벽을 보러 내려갑니다

예비 차원에서 목적지 한 곳이 끝나면
그리 급하지 않아도
화장실을 들러서 움직이는 게 좋을 거 같더라고요
그런데 성당 안에는 화장실이 없었어요
성당을 나서니 앞에 있는 카페 앞 칠판에
화장실이라고 쓰여있네요
오~ 반갑긴 한데 저렇게까지 써 놓은 이유는?

가게 입구로 가니 문 옆에 큼지막하게 쓰여 있었어요
‘화장실 2유로, 카페 이용객만 무료’!!!
그런데 2유로? 와~~ 3000 원이라고요?
뭘 사 먹어야 하나 생각해 보니
별로 먹고픈 것도 없고,
무엇보다 딸아이가 그냥 가자고 하네요
아직은 괜찮으니 그냥 다음 목적지를 향해
구글맵을 켜고 내려갑니다
근데 구글맵 없을 땐 어떻게 다녔지?
맞아요~ 종이지도 한 장 가지고
거리 이름 골목마다 확인하면서,
그렇게도 참 잘 찾아다녔다는~
그때는 ‘세계를 간다 ‘라는 여행안내 책자가
유일한 여행 가이드였네요
오늘은 구글맵 가이드에 따라 길을 따라가고 있는데…
이런~~ 핸드폰 배터리가 다 되어갑니다
핸드폰이 꺼지면 미아가 되지는 않겠지만
사진도 찍을 수 없고… 큰일인데요?
몽마르뜨를 내려가는 길에
배터리를 충전할만한 카페를 찾아야겠어요
그런데… 어댑터~~
충전할만한 카페를 찾아서 전기 콘센트가 있다고 해도
220V 둥근 어댑터가 없네요
집에서 준비해 온 것은 호텔방에 있다는~ ㅠㅠ

내려가는 길목에서 발견한 잡화점입니다
6유로를 주고 어댑터를 일단 사고~
친절한 가게 주인이 여기서 충전하라면서
바로 건너편 카페로 데려다줍니다
저기요~~ 카페는 내가 찾을 수 있는데요~~~

얼떨결에 바로 건너편 카페로 들어갔어요
깨끗한 페인트 칠이 반짝반짝한 신상카페 였습니다

새로 개업했다면서 반갑게 맞아주는 주인아주머니가
엄청 친절하게 느껴졌네요
작고 예쁜 카페였는데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는~
아~ 그래서 마트 주인이 신장개업한 이웃을 위해서
친절히 여기까지 데려다 준거였네요~^^

늦은 오후시간이라 별로 커피가 당기지는 않았지만
일단 카푸치노를 시켰습니다
유럽에 오면 항상 커피가 불만인데요
한국이나 캐나다에서 먹는
드립커피~ 는 찾기 힘들고요
아메리카노라고 해서 시켜보면
에스프레소에 뜨거운 물 아주 조금 부어서
쬐그만 에스프레소 잔 보다는 두 배쯤 되는,
그래도 여전히 쬐그만 잔에
블랙으로는 마시기 힘든 아주 찐한 그런 커피를 줍니다
그래서 생각한 방편이
유럽에 오면 카푸치노를 마시자입니다
그래서 시킨 카푸치노인데
여전히 잔이 작고 여전히 찐~ 한 커피 맛이 강했습니다

핸드폰을 콘센트에 꽂아두고
별로 맘에 드는 맛은 아니지만 카푸치노를 홀짝이며
창밖의 풍경을 느긋이 관찰합니다
아까 어댑터를 샀던 빨간색 차양을 친 마트가 보이고
그 옆에는 빨래방이네요
동네 주민인 듯한 사람들이 빨랫감을 들고 드나듭니다
파리에서 빨래방을 참 여러 곳 봤어요
관광객 상대는 아닌 거 같고
오래된 건물이 많은 파리의 아파트인 경우에
세탁기를 놓을 수 있는 시설이 안 되는 집이
많은 거 같았답니다
밴쿠버에도 오래된 아파트에는
집안에 세탁기가 없는 경우도 많거든요

이제 핸드폰이 대강 60프로 정도 충전 되었네요
충전되기를 기다리면서
남은 저녁시간을 어찌 보낼지 계획도 짜고
느긋이 앉아 창밖으로 동네 구경도 하고
나름 유용한 시간을 보냈답니다

이제 구글맵이 안내하는 대로
사랑해벽을 찾아 내려왔어요
사랑해벽은 몽마르뜨의
Jehan Rictus 정원 광장의 벽입니다

파란 색깔의 벽에 사랑해라는 글씨가 250개의 언어로
쓰여 있다고 하는데요
40제곱미터의 크기라고 합니다
저도 사진으로만 봤었는데 처음으로 실물을 영접합니다
2000 년에 이 벽이 만들어졌다니까
제가 처음 보는 게 당연하네요~^^
이 벽을 만든 예술가는 페데릭 바론과
클레어 키토라는 사람이랍니다
612개의 에나멜 처리된 용암 타일로 구성되어 있으며
‘사랑해'라는 문구는
250개 언어로 311번 등장한다는데요
한글도 세 번이나 등장을 한다고 하니
한번 찾아볼까요?

오른쪽 가장자리 중간쯤에 하나 찾았어요
‘나 너 사랑해’

또 하나 여기 있네요
중앙을 중심으로 약간 오른쪽 꼭대기예요
나는 에서 ‘나는’이라는 타일이 거꾸로 붙어있어요
일부러 그런 걸까요? 아님 실수로?
각자 알아서 받아들이면 될 듯합니다~^^

그리고 세 번째 ‘사랑해’가 여기 있어요
두 번째 발견한 거꾸로 된 사랑해를 따라서
아래로 쭈욱~ 키 높이 정도 내려오면 있답니다

사랑해 세 개를 다 찾고
딸아이와 ‘사랑해~~~’ 외치면서 사진도 남기고
이제 다음 목적지를 향해 몽마르뜨를 떠납니다

3시 넘어서 호텔을 떠나서 시작된 반나절 투어,
이제 6시 반이 넘은 시간이에요
여름이어서 해가 긴 파리~
아직도 어두워지려면 멀었네요
우리의 다음 코스는 세느강 유람선입니다
예약은 하지 않았지만
경험으로 비추어 볼 때 타는데 문제가 없을 거 같았어요
만일 못 타면 세느강변을 거닐다 오면 되니까요~
“여행이 모두 마음먹은 대로 계획대로 되는 건 아니지~”
못 탔을 경우에 실망을 방지하기 위한
약간의 각오도 장착하고,
유람선 선착장으로 가기 위해
사랑해 벽 바로 앞에 있는 M12 Abbesses 역으로
총총 내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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