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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알고보면 더 잘 보이는 개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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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도 저는 파리에 오면
제일 먼저 가고 싶은 곳이
개선문이 있는 샹젤리제 거리더라고요
비행하던 시절에도, 여행사 근무하던 시절에도
직장에 출근하듯이 오고 가던 파리인데
거의 20여 년 만에 다시 오니까
모든 것이 새롭게 느껴지네요
게다가 여행사 근무 시절에는 단체 관광객을 인솔해서
현지에서 조인된 가이드와 함께
별생각 없이 편하게 다녔었는데…
내가 스스로 찾아다니는 자유여행,
길이나 잘 찾을 수 있으려나? 내심 걱정도 됩니다~ㅎㅎ
그럼 첫 목적지인 개선문으로 가볼까요?

달리는 메트로 창밖으로
에펠탑이 계속 따라옵니다
정말 파리에 온 거 맞네~~~^^

M6 메트로를 타고 클레버 (Av. Kleber) 역에서 내렸습니다
여러 개의 출구 표시 중에서
1번 샹젤리제라고 쓰인 곳으로 나가야 합니다
‘Sortie’는 어디 가나 항상 유심히 봐야 할 단어예요
출구라는 뜻~ 눈치채셨죠?

따라란~~ 개선문이 눈앞에 등장합니다
이 개선문의 이름은 에투알 개선문이에요
일반인에게 개선문이라고 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개선문의 대표라고 할 수 있겠네요
사실 개선문은 이것 말고도 유럽 여러 곳에 있는데요
로마시대 이후에 근대 유럽 각국에서
경쟁적으로 개선문을 세웠다고 합니다
개선문이 국왕의 권위와 영광을 나타내는 상징물로
인식되었기 때문이라고 해요
당시에 세워진 개선문 중 가장 큰 것이 바로 이것,
나폴레옹이 세운 파리의 에투알 개선문이랍니다

에투알 개선문은 프랑스혁명과
나폴레옹 전쟁 시기에 죽은
프랑스 병사들을 기리기 위하여 세워졌는데요
1836년 7월에 완공되었습니다
하지만 개선문의 건설을 명령한 나폴레옹은
생전에 개선문을 지나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가 개선문을 통과한 건
1821년 세인트헬레나 섬에서 사망한 후
유해를 파리의 앵발리드로 이장할 때인
1840년이었다고 하니 좀 슬픈 얘기죠?

개선문을 둘러싼 로터리는
12개의 도로로 나뉘어 있고요
그 도로 중 하나가 샹젤리제입니다
메트로에서 나와 샹젤리제에서 바라본 개선문인데요
개선문 앞으로 로터리를 돌며 차들이 다니고 있어서
개선문 아래로 어떻게 가야 하나… 잠시 주춤했다는~
혹시 로터리에 건널목이 있었었나?
잠시 생각도 해봤다는~ ㅎㅎ
아! 생각났다
개선문 아래로 가는 지하통로가 떠오르더라고요

샹젤리제 거의 끝쪽에 있는 지하도입니다
이 길로 내려가면 개선문 아래로 갈 수 있어요
오~ 그런데 옆에 두 명의 경찰이
방탄조끼를 입고 서있는데요
그중 한 경찰이 기관총을 메고 있네요~

뭐죠~~? 예전에 멕시코 갔을 때
길거리에 경찰이 기관총을 매고 있는 거 보고는
치안이 무서운 나라구나~ 다시는 오지 말자~ 했었는데…
파리에서 기관총으로 무장한 경찰을 봅니다

지하도를 통과합니다
악기를 연주하고 있는 여자분 덕분에
무시무시한 기관총 도시에서
예술의 도시로 분위기 전환입니다

지하도를 쭉 따라가면
개선문으로 올라가는 입장권을 파는 곳이 나옵니다
줄 쳐놓은 안쪽으로 표를 사는 사람들이 줄 서는 곳인데요
지금은 줄 서있는 사람이 없네요

초록색 벽면이 끝나는 지점에서 왼편으로 돌면
레일로 나뉜 두 갈래 길이 있어요
두 갈래 중 왼쪽은 입장권을 사는 창구가 있는 곳이에요
여기~~ 표가 있어야만 올라가는 건가?
잠시 또 주춤?

개선문 꼭대기로 걸어 올라가서
전망을 즐길 사람만 표가 필요하답니다
개선문 아래만 돌아보는 것은 무료이니까
오른쪽 길을 이용해서 위로 올라가면 되겠습니다

지상으로 올라가면 작은 초소 같은 건물이 나옵니다
전망대로 가는 표를 사신 분들은 저 건물을 통과해서
계단을 올라 올라 꼭대기로 가면 되겠고요
우리는 아래만 돌아볼 예정이니까
자유롭게 주변을 돌면서
개선문을 좀 더 자세히 보고
주변 경관을 돌아보면 될 거 같네요

개선문의 아치 밑으로 가봅니다
개선문 아치 안쪽의 천장에 뭔가 잔뜩 새겨져 있는데요
프랑스혁명전쟁 당시
승리한 전투들의 이름들이 새겨져 있고
안쪽 벽에는 프랑스혁명과 나폴레옹 전쟁 때 싸웠던
660명 장군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는데요
전투 도중 전사한 장군들의 이름 아래에는
밑줄을 쳐서 따로 구분한다고 합니다

개선문은 건축가 장 샬그랭이
옛 그리스와 로마의 건축양식을 답습하여
신고전주의식으로 지었습니다
개선문의 하단부에 세워져 있는 조각상들은
개선문과 함께 지어진 것이 아니라
따로따로 제작된 것이라고 하는데요
나중에 개선문에 전시해 놓은 것이라고 하는군요
이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이 '1792년 출발'로,
프랑스혁명 당시 위기를 느낀 이웃의 왕정국가들이
혁명의 확산을 막기 위하여 프랑스와 전쟁을 선포하자
마르세유 등에서 의용군이 일어난 것을
기리기 위한 것이라고 하며
날개를 단 자유의 여신으로 의인화된 프랑스가
군중들을 인도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 조각상은 1810년 승리(Le Triomphe de 1810)로
오스트리아의 쇤부른 궁전에서
프랑스에게 유리하게 체결된
1810년의 쇤부른 조약을 기념하는 조각상이라고 해요
승리의 여신이 나폴레옹에게
월계관을 씌워주며 축복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개선문 바로 아래에는 '무명용사의 묘'가 있습니다
1920년에 처음으로 세워졌으며,
365일 절대 꺼지지 않는 불이 늘 타오르고 있어서
1, 2차 세계대전에서 사망했던 이들을 기리고 있답니다
묘지의 명판에는 프랑스어로
'이곳에 조국을 위해 싸운 이들이 잠들다 1914-1918'
라는 문장이 새겨져 있다네요
아~ 그런데 꺼지지 않는 불은
미국 워싱턴 갔을 때 케네디 대통령의 묘지가 있는
알링턴 국립묘지에서도 본 기억이 있어요
알고 봤더니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된 후에
그의 아내 재클린의 요청으로
이 불꽃의 성화를 가져와 케네디 대통령 묘에도
꺼지지 않는 불이 타오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개선문을 중심으로 나 있는 열두 개의 길 중에서
개선문의 정면으로 길게 뻗은 길이 샹젤리제입니다
샹젤리제 끝에는 루브르 박물관이 있고요
박물관 앞에는 카루젤 개선문이 있는데요
에투알 개선문과 일직선상에 놓여 있답니다
카루젤 개선문은 나폴레옹의 전승을 기념하기 위해서
1806년에 건설되기 시작했고
제1 개선문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샹젤리제 반대편 길을 끝까지 따라가 보면
현대식 건물이 모여있는 라데팡스 상업지구가 보입니다
중앙에 보이는 거대한 아치형 건축물이 바로
라데팡스 신개선문인데요
이 또한 에투알 개선문과
일직선상에 놓여 있음을 볼 수가 있어요
루브르 박물관 앞에 카루젤 개선문,
샹젤리제 거리의 에투알 개선문,
그리고 라데팡스 신개선문까지 세 개의 개선문이
나란히 일직선 위에 자리하고 있는 거죠

개선문을 가운데 두고 커다란 로터리를 돌고 있는
수많은 자동차들의 움직임을 구경하는 것도
또 하나의 재밌는 구경거리였어요
열두 개의 다른 방향으로 뻗어있는 도로에서
로터리로 끼어들고 빠져나가고
곡예를 하는 듯한 자동차의 흐름을 구경하느라
자동차를 좋아하는 딸내미는 자리를 뜰 생각을 안 하네요
영국의 자동차 프로그램인 Top Gear에서
너무 재밌게 봤던 장면이라나요?
배도 고프고 갈 곳도 많고….
더 있고 싶어 하는 딸아이 손을 끌고
식사를 하기 위해 샹젤리제 거리로 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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