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에서 시작한 우리의 이태리 여행이
어느덧 중반을 지나서 막바지를 향해서 달려갑니다
로마, 포지타노, 피렌체, 피사, 베네치아까지는
기차와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돌아보았고요
다음 목적지는 내일부터 3일간 열리는
F1 그랑프리를 보기 위해서
이몰라로 이동을 해야 합니다
유럽은 기차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최고라는
저의 유럽 여행에서의 원칙을 깨고
이몰라가 워낙 작은 도시인지라
F1이 열리는 서킷까지의 대중교통이 원활치 않은 이유로
이제부터 여행이 끝나는 밀라노까지는
렌트카를 이용하기로 했어요
미국이나 캐나다를 여행할 때는
당연히 렌트카를 이용하곤 했지만
유럽에서의 렌트카는 처음이어서
여러 가지 신경 쓰이는 게 많았습니다
떠나기 전 미리 예약한 날짜와 시간대로
메스트레역에 위치한 렌트카 사무실로 가서
예약된 자동차를 픽업합니다
이태리에서 렌트를 할 때 예약된 시간보다 늦게 가면
다른 사람에게 예약된 차를 줘버리고
비용을 더 내고 엉뚱한 차를 떠맡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들어서
예약된 시간에 늦지 않게 엄청 신경 써서 도착했어요
이태리의 좁은 도로 사정을 감안해서 소형차인
‘폭스바겐 골프’로 렌트했고요
차량 도난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곳이니 만큼
차량 보험은 풀보험으로 가입했습니다
4일간 렌트하는데 비용은 450유로 정도였습니다
보험은 두 사람 같이 운전하는 걸로 들었지만
결국 저는 운전대 한 번도 못 잡아 보고
추가 운전자 보험료만 지불했네요
솔직히 말하면 저는 이태리 고속도로가 겁나더라고요
아무 표시 없으면 130킬로가 제한 속도인데
성질 급한 이태리 사람들~ 고속도로에서 달릴 때
앞차와 안전거리 확보 전혀 없이
어찌나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달리는지~
고속도로는 속도가 무서워서 운전을 못했고~
국도는 너무도 좁아서 마주 오는 차가 있으면
아슬아슬 스쳐 지나가는 게 진땀 나서 못했고~
한가한 곳에서는 운전하기를 좋아하는 딸아이가
운전대를 넘겨주지 않아서도 못했고~
이래저래 이태리에서의 운전은~
못해봤다는 게 결론입니다~^^
우리는 볼로냐 방향으로 계속 달려갑니다
이태리어 표지판도 익숙지 않고 차들은 무섭게 달리고~
조수석에 앉아있는 저는 은근 스트레스였어요
하지만 딸아이는 이태리에서의 속도감 있는 운전이
재미있다고 신나 합니다
이런 속도에 익숙한 이태리 사람들의
하이웨이를 달리는 방법도
추월선과 주행선을 잘 지키면서
능숙하게 운전한다는 딸아이의 평이었어요
그래도…. 유럽은 기차여행이 최고인데 말이죠~ ㅎ
고속도로 휴게소에도 잠시 들러서
이태리 휴게소 구경도 하고
카푸치노도 한잔씩 마시면서 잠시 쉬어갑니다
베네치아 메스트레에서 약 2시간을 달려서
오늘의 첫 목적지에 도착했어요
모데나에 위치한 엔초 페라리 박물관입니다
노란색 지붕이 버섯처럼 생겼네요
슈퍼카 페라리가 탄생한 지역인 모데나에는
두 곳의 페라리 박물관이 있는데요
페라리의 창업자인 엔초 페라리가 처음으로 공장을 열고
그의 사무실이 있었던 자리에 세워진
모데나의 엔초 페라리 박물관과
페라리의 F1 자동차를 비롯해서
현재 페라리의 여러 가지를 전시하는
페라리 마라넬로 박물관이 그것입니다
우리는 두 곳 모두를 보기 위해서
통합 패스를 38유로에 구입했습니다
만일 한 군데만 보려면 27유로만 지불하면 되지만
F1 페라리의 왕팬인 딸아이가
둘 다 봐야 한다고 해서 그 뜻을 따르기로 합니다
옛 모습을 간직한 올드 빌딩 건너편으로
건물 전체가 유리로 된 초현대식 건물이
묘한 조화로움을 이루며 마주 서 있습니다
오래된 건물은 예전에
엔초 페라리의 사무실이 자리했던 곳으로
역사적인 페라리의 엔진과 자동차들을 전시하고 있었고요
현대식 유리 건물은 식당과 기념품점,
그리고 페라리의 역사 필름을 상영하는
영화관이 들어서 있었습니다
페라리도 식후경이죠~
일단 유리 건물로 들어가서 카페테리아로 갑니다
아직은 약간 이른 점심시간이어서
테이블이 거의 비어있습니다
카운터로 가서 주문과 함께 계산을 마치고
빈 테이블에 가서 앉아 있으면
서빙을 해 주는 시스템이네요
페라리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건물을 배경으로
깔끔하고 세련된 카페테리아에서 점심을 즐깁니다
메뉴는~ 볼 것도 없이 또 파스타~ㅎ
비타민 보충을 위해서 과일 샐러드도 곁들여 봤어요
식사 후에는 올드 빌딩으로 건너가서
본격적으로 박물관을 돌아봅니다
옛날 페라리가 처음으로 공장을 짓고 자동차를 만들었던 곳,
모형 건물을 보니 지금 우리가 들어와 있는 건물과
자연스럽게 일치됨을 알 수 있었어요
엔초 페라리가 생존했을 때 사용했던 집무실도
마치 오늘 근무하고 퇴근한 것처럼
잘 보존이 되어 있었습니다
엔초 페라리는 페라리를 창업하고
레이싱팀인 F1 페라리 스쿠테리아팀을 만들어서
이태리의 슈퍼카 업계뿐 아니라
레이싱 카 발전에도 큰 역할을 한
자동차 업계에서는 역사적인 인물입니다
1988년에 심부전으로 고인이 되었는데요
생전에 성질이 괴팍하고 독선적인 걸로
명성이 자자 했다고 해요
엔초 페라리를 만나러 오는 사람들을
기본적으로 몇 시간씩 기다리게 만들었고
그에게 무시당한 여러 자동차 업계의 창업자들이
오기와 경쟁심에 자극을 받아서
오히려 슈퍼카 업계의 발전에 도움이 되었다고 하네요
처음에는 농기구를 만들던 람보르기니도
페라리에게 당한 모욕을 설욕하고자
페라리에 대적할만한 슈퍼카를 만들기 위해서
그의 이름을 걸고 람보르기니 슈퍼카 업체를 창업했다는
대표적인 일화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전시된 페라리 차들과 엔진들~
워낙 많으니 찬찬히~ 하지만 빠르게 관람을 진행합니다
독일인이었지만 페라리 소속으로 월드 챔피언이 되어서
월드 챔피언만이 달수 있는 고유번호 1번을 달았던
마이클 슈마허의 레이싱카도 볼 수 있었습니다
독일인으로는 처음으로 F1 월드 챔피언이 됐었던
마이클 슈마허의 이름이
레이싱카에 붙은 페라리 마크 옆에 고스란히 남아 있네요
노란색으로 꾸며진 One of a kind 전시장은
특별한 개인만의 페라리를 주문 제작할 수 있는
개인화 프로그램을 보여주고 있었어요
자동차의 색상이나 카시트의 재질과 모양 등
다양한 개인의 욕구를 반영해서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자동차를 제작하는 과정을
볼 수가 있었는데요
그냥 사는 것도 꿈만 같은 페라리를
개인 주문 제작해서 사려면
얼마나 돈이 많아야 하는 걸까요?
뭐~ 주문 제작은 할 수 없더라도
주문 제작은 이렇게 하는 거구나~
그 느낌만 경험해 봅니다
이제 유리 건물로 다시 넘어와서
페라리에 관한 필름을 보기 전에
다양한 페라리들을 구경합니다
역시 페라리는 빨간색이 제일 페라리답네요~
불이 꺼지고 페라리에 대한 필름을 상영합니다
창업자인 엔초 페라리의 모습도
큰 화면으로 만날 수 있었어요
전시장 한가운데 서서 벽면에 설치된 대형 화면으로
페라리 자동차에 둘러 쌓여서 감상하는 페라리 역사 필름은
그런대로 의미가 있게 느껴졌습니다
나오는 길에 반드시 들러야 하는 페라리 스토어도
기념품계의 페라리급으로 비쌌던 까닭에
눈으로만 쇼핑을 마쳤답니다
이제 우리는 마라넬로로 이동해서
먼저 호텔 체크인을 하고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새로운 도시,
마라넬로를 탐험하기로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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