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타야 할 로마행 항공기는 연결편의 지연으로 인해서
아슬아슬 눈앞에서 놓쳐버리고 말았습니다
비행기를 놓치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죠?
저도 오랜 시간 여행업계에서 일을 했고
개인적으로도 수 없이 많은 여행을 다녀봤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인지라 당황스럽더라고요
문제는 지금부터인데요~
우리를 도와줄 유나이티드 항공의 직원은
탑승 게이트를 클로즈하고 사라져 버렸고
같은 운명을 가진 여섯 명은 어찌해야 하나
닫힌 게이트 앞을 서성거리고 있었어요
먼저 고객 서비스 센터에 전화를 걸어서 상황을 설명하고
일단은 내일 같은 시간 비행기로 좌석 확보를 해 둡니다
오늘 안에 도착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물었더니
고객서비스 센터에서 해 줄 수 있는 건 그게 최선이지만
이곳에서 지상 직원이 할 수 있는 게 더 많을 거라고~~
하지만 이곳에서 하루를 묵게 되면
항공사 잘못이 아니고 관제 시스템으로 인한 거여서
호텔비는 우리가 지불해야 한다고 하네요
와~ 로마 호텔비 날아가고~
어렵게 예약한 바티칸 투어 날아가고~
샌프란시스코의 호텔비까지 더해지고~
어떻게든 오늘 안에 로마로 가야 하는데 말이죠~~~~
일단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유나이티드 항공 직원부터 찾아보기로 했어요
우리의 게이트 앞은 썰렁했고 직원을 만나기 위해서
다른 유나이티드 항공편 탑승이 진행되고 있는
건너편 게이트로 무조건 갔습니다
그곳에 있는 직원에게
우리를 도와줄 직원을 불러달라고 요청했어요
기다리는 동안 모자 여행팀은
그냥 샌프란시스코에서 하루를 묵고
내일 같은 비행 편으로 가겠다며 쿨하게 공항을 떠났고
우리처럼 내일의 일정이 예약되어 있는 부부팀은
우리와 게이트 앞에서 직원을 기다립니다
한참만에 직원 두 명이 등장하네요
한 사람은 우리를 맡고
다른 한 사람은 부부팀을 맡아서 연결 편을 찾는데요~
모두 워싱턴이나 뉴욕으로 가서 1박을 하고
내일 오전에 로마에 도착하는 항공편을 제시합니다
방법이 그것뿐이라는 직원의 말에
이미 부부팀은 같은 날 도착을 포기하고 배정을 받았지만
옆에서 조용히 핸드폰으로 뭔가를 검색하고 있던
영특한 우리 딸이 오늘 도착 가능한 항공편을 찾아냅니다
유나이티드 항공과 코드셰어를 하고 있는
같은 스타얼라이언스 팀인 스위스 에어였는데요
스위스 에어의 취리히행 비행기를 타고
그곳에서 로마로 연결하면 늦은 시간이긴 하지만
같은 날 밤 9시경에 로마에 도착됩니다
내일 오전 도착이 최선이라던 직원도 깜짝 놀라며
우리 딸이 찾아낸 연결 편을 보여달라고 하더니
다행히 좌석이 있다면서 그대로 발권을 해줍니다
이미 내일 도착으로 배정을 받은 부부팀도
우리와 같은 스케줄로 해달라고 다시 요청을 하네요
와~ 영특한 우리 딸~
열심히 여행 데리고 다닌 보람이 있습니다요~
그렇게 해서 계획에 없던 스위스 에어를 타고
스위스의 호반도시 취리히로 날아갑니다
옆에 있던 부부팀도 오늘 로마에 도착돼서 다행이라며
우리 딸에게 연신 고맙다고 하네요
내일이 토요일인지라 바티칸 예약을 놓치면
일요일에는 문을 닫는 바티칸을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만 하는~
그분들도 우리와 같은 절박한 처지더라고요
어쨌든 우리도 천만다행입니다요~^^
쌓였던 긴장과 우려가 녹아내리며
시원한 맥주를 곁들인 기내 만찬이
엄청나게 맛있게 느껴졌답니다
스위스 에어에서 상영 중인
한국 영화도 한편 감상하고요~
일단 미국 땅에서 하룻밤을 보내지 않고
유럽대륙으로 가고 있다는 사실에 안도의 숨을 쉬어봅니다
간단한 스낵박스이지만 내리기 전 식사까지
감사한 마음으로 클리어했습니다
드디어 유럽대륙 도착입니다
이곳에서의 연결 시간이 1시간 50분~
이렇게 정시에만 도착되면
환승하기에는 여유 있는 시간인데 말이죠
취리히 공항에서 주어진 1시간 남짓한 시간을
비록 공항뿐이지만 스위스를 느껴봅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뭐 이런 마음이었어요
기념품점에 들어서니 스위스 느낌 제대로네요
스위스의 유명 기념품들~
초콜릿, 스위스 주머니칼, 색연필 등등…
소의 목에 거는 종도 빠질 수 없겠죠?
눈으로 스위스 분위기 접수입니다
간단히 기념품점을 돌아보고 나서
공항 전망대가 있길래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봤어요
건물 옥상을 이용해서
활주로와 공항 전경을 볼 수 있도록
전망대를 개방하고 있는 취리히 공항,
마음에 쏙 드는 풍경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놀 수 있는 놀이터도 마련되어 있고요~
스위스 에어 비행기 모형의 미끄럼틀이
활주로를 그려놓은 바닥과 잘 어울리네요
스위스의 맑은 공기와 청명한 하늘,
줄줄이 늘어선 스위스 에어 비행기들,
탁 트인 공항 활주로의 풍경을 감상하면서
비행기를 놓치지 않았다면
지금 로마에 도착하고도 남았을 시간이지만
계획에 없는 스위스 공항 투어도 나쁘지 않다고~
정신 승리를 열심히 하는 중입니다
명품 브랜드가 늘어선 면세 구역을 지나서
이제 로마행 항공기를 갈아타러 게이트로 갑니다
로마를 향해서 비행기가 이륙하고
창문 너머로 취리히 호수를 품은
취리히 시내가 내려다 보이네요
보너스로 만나게 된 취리히에게 인사를 건넵니다
그래도 오늘 너를 만날 수 있어서
너무 감사했다고~~
스위스 초콜릿과 생수 한 병~
간단한 기내 서비스를 받고~~
드디어~~~ 로마 도착입니다
로마로 오는 길이 이렇게 멀고도 험할 줄 몰랐네요
밴쿠버에서 직항이 없어서 한번 갈아타야만 했고,
그나마도 연결 편을 놓쳐버리는 어처구니없는 상황,
두 번 타야 했던 비행기를 세 번이나 갈아타고
밤 9시가 넘어가는 시간,
예정보다 무려 7시간이나 늦게 도착했지만~~
내일 온전한 하루를 건졌다는 사실에
안도감과 감사함을 느껴야 했던
불행 중 그래도 다행이었던~ 로마까지의 여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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