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심을 했어야 했는데…
항상 일이 벌어지고 난 후에 하는 절실한 외침입니다
무릎은 심하게 피부가 까졌고
옆구리는 숨을 크게 쉴 수도 없이 아프네요
호텔로 돌아와서 무릎에 연고를 바르고
옆구리엔 집에서 비상용으로 챙겨 온 파스를 붙였어요
아무리 아파도 저녁은 먹어야겠죠?
잠시 쉬었다가 호텔 근처에 있는 식당으로
저녁을 먹으러 갑니다
프랑스식 식당인데요
달팽이 요리가 먹고 싶어서 구글을 검색했더니
평점도 좋고 가격도 나쁘지 않고…
그래서 선택한 식당입니다
9시가 훌쩍 넘은 시간인데도 아직 날이 환하네요
실내가 환하고 모던합니다
저녁식사 시간이 지나서인지 빈 테이블이 많네요
실내는 비었어도 창밖으로 보이는 파티오 테이블에는
둘러앉은 사람들이 맥주를 마시고 있는 게 보입니다
일단 메뉴를 보니 전부 불어로만 되어 있었어요
제가 먹으려고 하는 달팽이는 에스카르고~
몇 개 안 되게 아는 불어 단어여서
금방 주문할 수 있었는데요
딸아이가 먹고픈 치킨요리를 찾기 위해서는
불어 사전을 찾아가며 간신히 주문을 했답니다
영어로 설명한 줄 써 놓으면 참 좋을 텐데…
쓸데없는 바램을 해봅니다
그런데… 흰 가운을 입은 주방장이 나오네요
정말로 서툰 영어로 설명을 하는데
치킨이 다 떨어졌다는 얘기였어요
그럼.. 비프는 있을까요?
네~ 있다고 하네요
그리고 불어와 영어를 섞어가며 메뉴 설명을 하는데
뭔 소린지 참~~~
암튼 그 요리가 비프는 맞지?
네~ 맞답니다
그럼 그걸로 할게~ 비프 면 됐지 뭐~
에스카르고~ 불어를 몰랐어도
당당히 시킬 수 있었던 요리입니다
에스카르고는 달팽이라는 뜻의 불어 단어이고요
프랑스 요리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프랑스 외에도 포르투갈, 스페인, 모로코 등에서도
자주 먹는 요리라고 해요
주로 애피타이저로 먹는데요
스페인의 카탈루냐 지방에서는
일반적인 요리로 많이 먹는다고 합니다
예전에 인솔자로 단체관광객들과 함께 오면
현지식에 꼭 달팽이 요리가 들어가곤 했답니다
가끔씩 그 맛이 생각이 났었는데 오늘 먹게 됐네요
음~ 맛있습니다~
골뱅이 맛과 비슷한데 더 부드럽다고 느껴져요
주방장이 열심히 설명하고 주문을 받아 간
비프 요리가 나왔는데요…
이거… 뭐지…육 회잖아~~
말로만 듣던 프랑스식의 육 회요리,
타르타르 비프~ 그거였어요
스테이크도 항상 레어로 먹어야 하는 딸아이도
갈아놓은 생고기 모양에 당황한 모습입니다
저도 육회는 왠지 모를 거부감으로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거든요
언어 소통의 부재가 낳은 황당한 식사 메뉴~
양이 적은 딸아이의 메인디쉬를 나눠 먹으려고
나는 달팽이만 시켰는데……
딸아이도 나도 돈 생각해서 억지로 몇 점 떠먹었지만
결국 이렇게 음식을 남긴 채로 식당을 나서네요~^^
식당을 나오니 어둑해졌어요
여기서 메트로로 정거장 몇 개만 가면
불이 들어온 에펠탑 야경을 볼 수 있는데…
오늘이 이 호텔에서의 마지막 밤이니까
오늘이 에펠 야경을 볼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라고 봐야겠죠?
기회가 있을 때 봐야 해~~~
부상을 당한 나를 배려해서 괜찮다는 딸을 데리고
메트로에 오릅니다
M6 트로카데로 역에 내려서 바로 올라오면
이런 장면이 펼쳐집니다
조각상이 서있는 건물은 샤이요궁이에요
샤이요궁은 원래 트로카데로 궁전이 있던 자리인데요
1937년 파리 만국박람회장으로
다시 건설되었다고 해요
지금 이 건물은 박물관과 극장 등으로 사용되고 있답니다
날개를 펼친 모양으로 넓게 펼쳐진 모양의 건물인데요
그 중앙에 있는 광장이 트로카데로입니다
와우~ 이걸 안 본다고요?
갈비뼈가 부러졌다 해도 딸아이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광경이었습니다
에펠탑의 조명은 해가 완전히 넘어간 후인
밤 10시부터 들어옵니다
매시 정각에는 5분 동안 전구가 반짝이는
조명쇼도 하는데요
간발의 차이로 그건 놓쳤지만
황금빛 에펠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웠답니다
에펠탑은 파리 시내 곳곳에서
다른 모습과 각도로 훌륭한 사진 속 배경 역할을 하지만
그 많은 장소 중에서도 트로카데로 광장은
에펠탑을 배경으로 사진 찍기에 가장 좋은 장소입니다
낮에는 낮대로 밤에는 밤대로
에펠탑을 배경으로 한 가장 완벽한 사진을
만들어 내는 곳이랍니다
밤늦은 시간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황금빛 에펠을 보기 위해서 광장을 메우고 있네요
광장 바닥에는 작은 모형 에펠을 팔고 있는
보따리 장사들도 군데군데 자리 잡고 있지만
밤이 되니 더 쌀쌀해진 날씨 때문에
기웃거릴 여유도 없이 서둘러 호텔로 돌아옵니다
이렇게 파리에서의 이틀이 끝났습니다
내일은 아침 일찍 비행기로 니스를 향해 출발합니다
니스와 모나코는 늘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는데
직업적으로 그렇게 많이 유럽을 왔지만
한 번도 갈 기회가 없었거든요
호텔에 돌아와서 씻으려고 하는데
딸아이가 묻습니다
우리 언제 모나코에 가냐고~
금요일부터 모나코에서
그랑프리 자동차 경주 대회가 열리는데
표를 사겠다는 얘기였어요
150유로~ 1시간 정도 포뮬러 1의 연습경기와
포뮬러 3의 예선경기를 볼 수 있다네요
여행 와서 여행 메이트의 원하는 바를
무시할 수도 없고…
생각 끝에 초강수를 던집니다
“난 별로 자동차에 관심도 없고, 가고 싶으면 너만 가~
엄마는 그동안 모나코 구경하고 있을게 “
그리고 한마디 중요한 말을 던집니다
”근데 표는 니 돈으로 사~^^“ 하면서 씻으러 들어갔죠
짠순이 딸내미가 설마 자기 돈으로
1시간에 150유로를 쓸까? 안 살 거야~~ 하면서요
씻고 나오니 자랑스럽게 말합니다
몇 장 안 남은 표인데 간신히 샀다고~~
그리고 덧붙이길…
“ ’Once in a life’인데… 내가 표 사줄게 같이 가자 엄마”
“헐~ 엄마는 싫어~ 그 시간에 모나코를 더 볼게 “
과연 우리의 모나코 이야기는 어떻게 전개될까요?
다음 포스팅에서 계속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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