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여행이 처음인 MZ세대인 조카딸이
긴자나 신주쿠 등 도쿄 시내는 별로 관심이 없고
여기만 가면 된다고 강력히 추천한 곳, 가마쿠라로 가봅니다
“이모~ ‘슬램덩크‘라는 만화 아세요?
그 만화의 배경 마을이 되는 가마쿠라인데요
요즘 엄청 핫하다는데요? “
“뭐~ 슬램덩크를 본 적은 없지만
일본 원작의 인기 애니메이션이라는 걸 알지~
도쿄 시내 구경도 포기하고 가마쿠라에 가고 싶다고 하니
그래~ 한번 가보자고~~~”

후지사와에서 에노덴 전철을 타고
작고 조용한 시골의 느낌을 즐기면서 가마쿠라로 향합니다
에노덴은 후지사와 - 가마쿠라 구간인
약 10킬로 거리를 연결하는 전철인데요
두량의 기차를 연결한 소형의 초록색 전차입니다
추후에 알게 되었지만 에노덴은 슬램덩크와 함께
가마쿠라를 상징하는 랜드마크 역할을 하고 있더라고요

해변가에 자리 잡은 조용한 시골역에
후지사와에서 에노시마 덴테쓰(에노덴) 전철을 타고
25분가량 이동해서 도착됩니다

초록색 에노덴 전차 외에도
파란색 외양을 가진 다른 전철도 이 역을 지나가네요

플랫폼을 빠져나와서 역출구 쪽으로 나서자
슬램덩크의 주인공인 강백호가
해산물 산지를 홍보하는 광고판이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냠냠~~ 직송으로~~ ” 뭐 이런 뜻인 거 같은데요
슬램덩크의 배경 마을이 이곳임을 알리는 징표인 거 같습니다

역을 빠져나오면서 역에 걸린 간판을 보니
슬램덩크에서 주인공이 다니던 고등학교가 있는
‘가마쿠라고등학교 앞‘ (가마쿠라고쿄마에)라는
이 역의 이름을 볼 수 있었어요
이런 해변가의 작은 역이 왜 핫하다는 거지?
슬램덩크를 빼고 본다면
그저 해변가에 평범한 시골역인 건데~
역 앞으로 나오자 그 역 이름을 사진으로 담으려는
많은 사람들로 인해 약간의 놀람이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또 놀란 건 정말 평범한 바다를 배경으로 한 철길에
뭔가를 기다리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었어요

조용한 이 시골마을에서 이들이 기다리고 있는 장면은 무얼까?
잠시 후 모든 이들이 카메라를 치켜들었는데요
바로 전철이 지나가는 순간을 찍으려는 것이었네요
하지만 지금 사진 속에 지나고 있는 전철이 아니고
잠시 후에 나타날 초록색 외양을 가진 에노덴 전철이었습니다

드디어 주인공인 에노덴 등장입니다
그들이 기다리도 있었던 진정한 순간은
초록색의 에노덴이 바다와 철길에 걸리는 장면이었어요

많은 사람들이 차가 다니고 있는 도로임에도 불구하고
에노덴이 지나는 이 순간의 사진을 건지기 위해서
도로 안으로 뛰어들어서 사진기를 들이대고 있었습니다
뭐지? 왜일까?
그저 제 눈에는 평범한 바닷가 시골역의 풍경일 뿐이었는데…

초록색 에노덴 전철이 나타나자
그것을 사진으로 담으려는 많은 사람들이
도로 한복판에도~ 도보 위에도~ 철길가에도~
특종을 기다리는 기자들처럼 진을 치고 있었습니다
에고~ 뭐 그렇게까지??
솔직한 저의 첫 느낌은 그거였습니다

나중에서야 슬램덩크 속의 이런 한 장면이
현실 속에서 완벽히 재생되고 있었던 거구나~
이해가 완료되었답니다
철도 건널목 앞의 축대와 엑스표시의 차단기,
그리고 잔잔한 바다를 배경으로 하는
초록색의 에노덴 전차의 모습까지~
완벽한 현실을 한 폭의 그림처럼 만화로 재생해 놓은 장면이
많은 사람들을 조용한 바닷가의 시골역으로
불러 모으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어느덧 해가 수평선을 향해서 내려가고 있었어요
“이제 가마쿠라에서 다른 곳은 안 봐도 되겠어?
시내도 있을 테고 사찰도 있을 거 같은데…“
조카의 대답은 간단명료하네요
”이제 제가 원하는 건 다 봤으니 이모 마음대로 하세요 “

그렇다면 저의 선택은
이곳에서 약 30분 거리에 있는 요코하마입니다
오래전에 딱 한번 방문한 적이 있는 요코하마는
항구가 아름다웠던 기억에 남는 도시였어요
우리는 가마쿠라고쿄마에 역을 떠나서
요코하마의 야경을 보러 떠납니다

요코하마로 가는 열차를 타기 위해서 가마쿠라역으로 왔는데요
역에 있는 기념품 점에서 발견한 가마쿠라 기념품들~
앗~ 이거네~~~
과자 상자 포장지에 그려진
에노덴 전차와 쇼난 해안공원의 그림~
오늘 우리의 여정을 한 장의 그림으로 모두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아까 많은 사람들이 원하던 해변가의 에노덴 사진을
손쉽게 여기저기서 찾아볼 수 있더라고요

심지어는 안으로 들어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에노덴 전차 모형의 사진틀도 잠시 발길을 멈추게 하네요
1959년부터 운행했었던 역사가 오랜 노선이구나~~~
모형틀 앞에서 에노덴의 역사를 배웁니다

진열되어 있던 반짝반짝한 예쁜 사과가 눈길을 사로잡는
역 안의 카페로 들어가 잠시 쉬어 가기로 합니다

테이블마다 놓여있는 사과 장식이 너무 먹음직스럽지 않나요?
하지만 당이 지나칠 듯싶어서 사과 캔디는 꾹 참기로 했어요
카페 벽면에도 온통 오늘 우리가 보았던 풍경 들입니다
이렇게 그림으로 보니까 소박하지만 정말 아름다운 풍경이네요

간단히 귀여운 케이크와 커피로 에너지를 보충하고
예쁜 카페를 잠시나마 누리면서 피로한 다리를 쉬어갑니다

카페 진열장을 장식하고 있는
초록색 귀여운 에노덴 전차의 모형들~
막상 볼 때는 너무 평범하잖아~ 했었던 풍경들이
잔잔하고 짙은 여운으로 마음에 남아있음을 느끼게 되네요
슬램덩크를 잘 알지 못하는 저의 느낌도 이런데
슬램덩크 마니아라면 꼭 방문해야 할
성지와 같은 곳이겠구나 짐작해 봅니다
평범한 해변가 작은 역이 왜 요즘에 핫하다고 하는지
몸소 느끼고 깨닫게 해 준 조용했지만 강렬한 여정이었습니다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공짜베기로 즐기는 도쿄 전망대 (2) | 2025.02.24 |
---|---|
블루라이트 요코하마, 환상적인 야경 속으로 (1) | 2025.02.22 |
일본에서 만난 미국 프렌차이즈 맛집은? (4) | 2025.02.13 |
MZ 세대와 함께하는 도쿄 여행, 교과서 코스는 가라 (16) | 2025.02.08 |
한밤중 도쿄 도착, 걱정 없는 숙소 찾기 (17) | 2025.02.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