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다가 먹고, 먹다가 반한 브뤼셀
브뤼셀(Brussels)은 벨기에의 수도이자
유럽연합(EU)의 사실상 수도로 불리는 도시인데요
유럽연합의 주요 기관인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본부,
NATO 본부 등이 위치해 있어
국제 정치의 중심지로 꼽히고 있습니다
유명한 관광도시이기도 하지만
사실 명성에 비해서 관광할 것이 그다지 많지 않아서
반나절이나 하루의 시간으로
충분히 돌아볼 수 있는 도시이기도 합니다
아주 오래전에 브뤼셀에 왔었던 기억이 있는데요
그때도 반나절만에 브뤼셀을 돌아보고
다른 도시로 이동했었던 기억이 있네요

로테르담 중앙역에서 1시간 남짓을 달려서
브뤼셀 중앙역에 도착합니다
일단 역에서 도보로 이동해서 예약된 호텔로 갔어요
체크인이 가능한 시간이니 짐부터 풀어놓고
가볍게 시내를 돌아볼 예정이에요

역에서 호텔까지는 15분 정도를 걸어야 하는 거리였는데요
거리 구경을 한다는 느낌으로 느긋이 걸어봅니다
중세 시대부터 상업과 무역의 중심지였던 이곳은
고딕 및 바로크 양식의 건축물들이 잘 보존되어 있었어요

길의 양옆으로 구역 표시를 해두어서
중요한 기관 중에 하나인가 싶어서 눈여겨봤는데요
벨기에 최대 규모의 은행인 BNP Paribas Fortis입니다

벨기에 최대 은행답게 브뤼셀 본사 빌딩이 멋지네요
겉모양만 현대식 디자인이 아니라
초현대식 에너지 저장 시스템까지 갖춘 본사 건물은
3만 평이 넘는 규모에 약 4,500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니
그 규모가 놀랍습니다
왠지 맘 놓고 돈을 맡겨도 될 듯한 믿음을 주는데요?~^^

이제 호텔이 거의 가까워 오는데요
또 하나의 볼거리를 지나갑니다
벨기에 왕국의 상징 기둥인 콩그레스 기념탑이 중앙에 자리한
벨기에 의회 기념 광장입니다
콩그레스 기념탑은 약 47m의 높이로
기둥 위에는 국왕의 동상이 있으며
벨기에의 헌법과 민주주의의 상징으로 여겨진다고 합니다

콩그레스 기념탑 아래에는 무명용사의 묘가 있는데요
전쟁에서 희생된 무명의 벨기에 군인들을 기리기 위해서
1922년에 설치된 추모 장소입니다
입구의 화로에는 365일 꺼지지 않는
추모의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어요

벨기에 의회 기념 광장을 지나자마자
바로 오늘 우리가 묵을 호텔이 나타납니다
오늘 예약된 호텔은 미국 체인 호텔인 베스트 웨스턴이에요
보통의 유럽 호텔보다 공간적으로 여유가 있으리라는 기대로
미국 체인 호텔을 예약했는데요
역시~ 공간적으로는 나쁘지 않습니다

대부분 샤워실만 있는 유럽 호텔들과 달리 욕조가 있네요

북미의 호텔에서는 흔하디 흔한 냉장고인데
유럽 호텔에서는 냉장고를 만나는 일도 반가운 일이랍니다
호텔이 리노베이션 중이어서 복도가 좀 어수선했는데요
다행히 소음은 없었고 룸 컨디션도 괜찮았습니다
짐을 대강 던져놓고 가볍게 호텔을 나섭니다

호텔에서 중심 광장인 그랑 팔레스 광장은
도보로 15분 정도의 거리였어요
하루에 만보는 우습게 걸어야 하는 유럽 여행~
오늘도 도시 간의 기차 이동 시간만 빼고
고마운 두 다리의 힘을 이용해서 도보 행진을 계속합니다
슬슬 거리 구경을 하면서 그랑 팔래스 광장을 향하다가
거대한 성당 건물을 만납니다

파리의 노틀담을 닮은 고딕양식의 성당 건물은
성 미카엘과 성녀 구둘라 대성당입니다
벨기에 브뤼셀 중심부에 위치한 고딕 양식의 가톨릭 성당으로
브뤼셀의 수호성인인 성 미카엘과
성녀 구둘라에게 헌정된 성당이라고 해요
두 성인 이름이 들어가는 관계로 성당 이름이 기네요
이 성당은 벨기에 왕실의 공식 행사와
국가적 의식이 자주 열리는 장소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성당 내부로 잠시 들어가 봤어요
엄숙함을 부르는 높은 천장과 화려한 스테인드 글라스~
여느 성당과 비슷한 실내의 모습인데요

성당 기둥마다 거대한 조각상이 올라가 있는 게 특이했습니다

성당 입구 쪽에 걸려있는 여러 장의 사진들~
이 성당에서 왕실의 결혼식을 비롯한
여러 가지 공식 행사들이 열리고 있음을 증명해 줍니다

가로 세로로 색깔의 조합만 바꾸어 놓은 유럽 각국의 국기들~
돌아서면 또 헷갈리겠지만
일단 벨기에 국기 색상 조합이구나~ 입력완료입니다

다시 그랑 팔레스 광장을 향해서 전진~
유럽 도시의 도보 여행이 힘들어도 좋은 이유는
거리 중간중간 우리의 시선과 발목을 잡는 것들을
어떤 것은 그저 흘려보내고
어떤 것에는 잠시 머물면서 즐기는 우리의 선택이
그 도시의 기억을 만들기 때문인 거 같습니다
와플의 발상지가 벨기에임을 상기시켜 주는
귀염 뽀짝한 이동식 와플 판매점, 노란 차를 만났지만
그냥 흘려보내기로 합니다
와플을 먹는 게 다음 순서임에는 분명하지만
다리가 아프니까 카페를 찾아서 느긋이 앉아서 먹자고~

다리도 뻐근하고~ 카페를 찾아서 빨리 앉고 싶은데
다양한 스토어들이 자꾸 우리의 발길을 붙잡네요

모형 자동차를 팔고 있는 스토어는
딸아이가 절대로 그냥 지나칠 리 없죠~~

또 하나의 벨기에 하면 떠오르는 건~ 벨지움 초콜릿~
진짜 초콜릿으로 만들었나 한번 만져보게 되는
초콜릿 코끼리 동상이 또 우리를 잡습니다

초콜릿 코끼리의 성의를 봐서 잠시 들어가 볼까?
초콜릿을 담아 놓은 케이스부터 벨기에스럽습니다

벨기에의 대표 스타, 오줌싸개 동상 모형의 초콜릿도
그야말로 벨기에~ 벨기에~ 하네요~^^

자~ 빨리 카페를 찾아보자고~
와~ 그런데 카페 앞 테라스에 앉아있는 사람들의 규모가
거의 콘서트 관람객 인파 수준인데요?

우리는 햇빛을 피해서 쾌적한 실내로 들어가기로 했어요
간판에 벨기에 와플이 큼지막하게 그려진
광장 코너에 있는 카페로 들어갑니다

거리 풍경이 건너다 보이는 쾌적한 실내가
해가 내려 쬐이는 야외 테라스 보다 낫지?

갈증을 달래줄 시원한 벨기에 맥주와
에너지를 충전시켜 줄 카페인~

아까 성당 앞에서 만난 노란색 자동차에 그려진
울퉁불퉁한 모양의 와플은
벨기에의 다른 지방인 리에주에서 시작된
리에주 와플 스타일이고요
네모 반듯한 모양으로 깔끔하게 구워진 와플은
브뤼셀 스타일의 와플이라고 하네요
두 가지 모두 메뉴에 있었지만
여긴 브뤼셀이니 브뤼셀 와플로 주문합니다
벨기에 브뤼셀에서 먹는 오리지널 브뤼셀 스타일 와플~
와우~ 역시 오리지널 이름값을 하네요
벌써 만보 넘게 도보행진을 해온 우리의 피로도 까맣게 잊고
브뤼셀에 홀딱 반하게 하는 맛입니다

다시 카페를 나서서 그랑 펠라스 광장을 향합니다
골목 끝으로 브뤼셀 시청사 건물의 높은 타워가 보입니다
잠시 다리를 쉬고 달달한 와플로 기운을 채우고 나니
다시 하루를 시작하는 듯이 기운이 솟는 느낌입니다
(몸은 아니지만 느낌만은 그렇다고요~^^)
다시 두 다리에 힘을 장착하고
오늘은 이만보를 채우러 출발해 보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