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머무름, 긴 여운 – 쾰른 이야기
독일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인 쾰른은
백만 명이 넘는 인구가 살고 있는데요
옛 서독의 수도였던 본 지역과 연결하면
약 300만 명이 넘는 인구가 살고 있는
대도시권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어제 이곳에서 20분 거리에 있는 본을 잠시 둘러보았고
오늘은 반나절을 할애해서 쾰른을 돌아보려고 합니다
일단 호텔에서 체크아웃을 한 후에
쾰른역 락커에 짐을 보관하고
쾰른 반호프역을 시작으로 쾰른을 만나러 갑니다

쾰른 반호프 역을 나서면
피해갈래야 피해 갈 수 없는 위치에 우뚝 서있는 거대한 건물,
쾰른 대성당을 만나게 됩니다
쾰른 대성당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고딕 양식의 대성당으로
정식 명칭은 성 베드로와 성 마리아 대성당인데요
1248년에 착공되어 무려 600년 이상이 지난
1880년에 완공되었다고 하네요

고개를 꺾어서 보기에도 버거운
높다란 첨탑이 있는 정면 쪽으로 돌아가 봅니다
쌍둥이처럼 나란히 서 있는 첨탑이
고딕 양식임을 말해주고 있어요
첨탑의 높이는 약 157미터로
1996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독일에서 가장 높은 성당이라고 합니다

성당 내부로 잠시 들어가 봅니다
사실 성당 내부만 보고 어느 성당인지를 맞추기가 어려울 정도로
유럽의 성당 내부는 비슷비슷합니다만
볼 때마다 와~ 하는 탄성이 나오면서
웅장함에 대한 놀라움이 표현되는 것은 국룰이죠?

성당의 스테인 글라스는 단순한 장식,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
중요한 예술적, 종교적 요소인데요
색유리를 통과한 빛은 하늘의 빛을 의미하고
성당의 내부를 신비롭고 경건하게 만듭니다
글자를 모르는 이가 많았던 중세에는
스테인 글라스에 성서의 내용을 그림으로 담아서
성경을 읽지 못하는 문맹 신도에게
성경 이야기를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고도 하네요

이 성당 안에는 독일의 현대 미술가
게르하르트 리히터가 디자인한
독특한 스테인 글라스가 있습니다
2007년에 공개된 이 창은
11,263개의 유리 조각이 모자이크처럼 배열되어 있는데요
전통적인 성경 장면이나 성인 초상화 대신
추상적인 색상 배열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 특이했습니다
게르하르트 리히터는 이 작품이
신성한 의미를 직접적으로 표현하지는 않지만
관람자에게 명상과 영감을 제공하며
빛과 색의 조화로 신성함을 전달하고자 했다고 합니다
흔히 그림으로 표현되는
다른 성당들의 스테인 글라스와 다른 것이 특이해서
새로운 느낌으로 한참을 바라봤답니다

성당 내부 구경을 마치고 쾰른에서 가장 유명한 다리인
호헨촐레른 다리를 보기 위해서 라인 강변 쪽으로 걸어갑니다

이 다리는 철도와 보행자 겸용 다리로
많은 기차가 이 다리를 통해서 쾰른으로 들어옵니다
너무 많아서 놀라웠던 사랑의 자물쇠 구경도 하고~
독일의 강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라인강도 내려다보고~
쾰른 대성당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에도 좋은 장소였습니다

와~ 그런데 다리 난간에 끝없이 길게 덕지덕지~~
이곳은 사랑의 자물쇠로 유명한 장소라고 하던데요
왜 유명한지 와보니까 알겠더라고요
연인들이 다리 난간에 자물쇠를 채우고
열쇠는 라인강에 던져서 영원한 사랑을 맹세한다고 하는데요
이렇게나 전투적으로 겹겹이 빈틈없이 자물쇠를~ ㅎ
그렇게 해서 사랑이 영원해진다면 참 좋을 텐데 말이죠~^^

강변에 조성된 공원에서 잠시 강바람을 쐬이고
구시가지를 찾아 나서봅니다

안내도에 그려진 그림을 보니
호헨츨레른 다리 옆쪽으로 빨갛게 선을 둘러놓은 곳이
쾰른의 구시가지 구역이네요

강변에 늘어선 카페 건물들을 따라서
구시가지로 걸음을 옮깁니다

얼마 걷지 않아서 쾰른의 유명한 교회인
그로스 성 마르틴 교회의 타워가 눈에 들어옵니다
그 앞쪽이 구시가지 중심 광장이니
조금만 더 걸으면 될 거 같네요

그런데 보기보다 거리가 있는데요?
골목을 굽이굽이 한동안 걸어서~
구시가지 중심 광장인 알터 마르크트에 도착했어요
이곳은 중세 시대부터 시장과 축제가 열리던 공간이었으며
매년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는 장소라고 합니다
카페, 레스토랑, 상점 등이 즐비한
구시가지 중심 광장다운 모습입니다

파스텔톤의 아기자기한 건물과 어우러진
쾰른의 대표적인 역사적 건축물인 그로스 성 마르틴 교회도
구시가지의 모습을 한결 품위 있게 업 시켜주네요
이 교회는 처음 10세기경 로마 시대의 창고 위에 세워졌는데요 12세기 중반부터 13세기 초까지
현재의 건물로 재건되었다고 합니다

사진 왼쪽 끝에는 화려한 조각을 두르고 있는
쾰른 시청 건물의 타워가 보입니다
빨리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좀 쉬어야지 하는 생각에
온전한 시청 건물 사진은 빼먹은 거 같다는~^^

아이스크림이닷~~~~
온전히 두 다리의 힘으로 해내야 하는 유럽여행에서
아이스크림은 든든한 응원군이 되어줍니다

이태리 본토 맛 뺨치게 맛있었던 젤라토로 에너지를 보충하고
쾰른을 떠나기 위해서 쾰른 중앙역으로 다시 돌아갑니다

쾰른 반호프역을 중심으로 시작한 쾰른 반나절에 돌아보기~
오전 내내 발품을 팔아 쾰른을 돌아봤는데요
아쉬운 대로 쾰른은 이런 느낌이구나를 가슴에 담았습니다

기차를 타기까지 시간이 남았길래
잠시 역에 있는 화장실을 갔었는데요
와우~ 1유로 50이나 되는 요금에
동전이 없으면 신용카드를 사용하기 위해서
줄을 서 있는 사람들~
기차나 지하철을 타고 내릴 때도 없었던 개찰구가
화장실에는 완벽하게 유리로 설치되어 있던 모습~
갑자기 누구에게나 무료로 개방하는
한국의 화장실 문화가 그리웠습니다

짧은 머무름이었지만 긴 여운이 남을 것 같은 쾰른~
쾰른을 끝으로 이제 독일을 떠납니다
우리는 세 시간 남짓의 기차여행으로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으로 이동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