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항공 비즈니스 라운지에서 5시간 버티기 - 도쿄 하네다 공항
아시아나 마일리지로 비즈니스 타고 한국 가기~
마일리지로 예약이 어려운 비즈니스를 고수하다 보니
밴쿠버에서 한국까지의 여정이
완전히 미친 스케줄이 되어 버렸습니다
밴쿠버 - 시애틀 구간을 에어 캐나다로 이동하고
2시간 반의 환승시간 후에
시애틀 - 도쿄 구간은 아나항공을 이용,
도쿄 하네다 국제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이제 세 번째 여정인 도쿄 - 인천의 여정만 남았는데요
도쿄 - 인천 구간은 두 시간이 채 못 되는 비행시간이지만
이곳에서의 환승 시간은 무려 6시간입니다
출발 한 시간 전에는 게이트로 움직인다고 계산해도
장장 5시간을 비즈니스 라운지에서 버텨야 한다는~
다음 여정은 아시아나 항공을 타야 하니까
아시아나 전용 라운지가 없는 외국 공항에서는
스타얼라이언스 라운지로도 운영하고 있는
아나항공 라운지를 이용해야 하겠죠?

무려 1A 좌석에 앉았었던 관계로
가장 먼저 비행기를 내려서 하네다 공항을 밟습니다
하기한 게이트 근처에서 발견한
4층에 위치해 있다는 에어라인 라운지 표시~
하네다 공항의 아나항공 라운지는 어떻게 생겼을까?
약간의 부푼 기대감을 가지고 가보자고요~

입구에서 탑승권을 보여주고
긴 복도를 따라서 라운지로 입장했어요
비행기 출발이 새벽 1시가 넘은 시간이어서
몇 시까지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을까 걱정스러웠는데
다행히 새벽 1시까지 이용할 수 있다고 하네요
와우~ 비즈니스 라운지가 그렇게나 오랫동안 오픈한다고?
놀랍기도 했고 살짝 감동이기도 했습니다

라운지 안으로 들어서자
한쪽면이 온통 활주로를 향한 통창이어서
하네다 공항의 야경을 잘 볼 수가 있었어요

하지만 넓은 실내에 자리한 좌석들을 살펴보니
편안하게 발 뻗고 쉴만한 자리는 없어 보였습니다
등받이도 어깨 아랫부분까지만 받쳐주는 소파가 대부분이어서
머리를 기댈 곳조차도 없는 거 같더라고요
에고~ 여기서 5시간을 버텨야 한다고?
생각만으로도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오는 느낌이었어요
그래도 어쩌겠나요~
일단 적당한 코너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이곳 시간이 저녁이니까 저녁 식사를 해야겠죠?

어떤 음식이 준비되어 있는지 차림상 가까이로 가봅니다

멋지게 진열해 놓은 각종 술들은 별로 관심은 없지만
와인과 샴페인은 물론이고 일본 술인 사케까지
다양한 주류가 마련되어 있는 것이
애주가들에게는 반가운 서비스임에 틀림이 없겠네요

취향껏~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
화이트 와인과 샴페인은 차가운 얼음 속에~
다른 술들은 잔에다 부어가기 좋게끔 오픈된 채로
애주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곧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계속해야 할 사람들이기에
아무리 무제한 공짜라고 해도
곤드레만드레 마시는 사람은 없으리라 생각되네요

음식은 어떤 게 있는지 잠시 둘러봅니다
기본적으로 샐러드바가 마련되어 있었고요~

핫푸드는 닭고기 튀김과 스파게티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요건 무슨 기계일까요?
아하~ 기계 아래에 그릇을 놓고 단추를 누르면
밥이 한 덩어리 툭~ 하고 떨어지는 밥기계였어요
옆에 포트에 있는 카레를 부어서 먹을 수 있는
카레라이스 코너인데요
밥솥도 아니고 밥기계라니~
너무도 일본 스러운 아이디어 아닌가요?

간단히 집어가기 좋은 유부초밥, 삼각김밥, 주먹밥들도
일본 공항의 라운지다운 모습입니다

간단하지만 한 끼 때우기에는 괜찮을 것 같은 구성인데요
저는 랩에 쌓인 작은 핑거 샌드위치와 샐러드
그리고 생맥주 한잔을 가져와서
먹는 것으로 시간을 보내봅니다
비즈니스 라운지니까 5시간도 괜찮을 거라 생각했었는데
모든 것이 여행의 과정이다 ~라고 즐기기에는
조금은 많이 지쳐있는 듯하네요

샐러드와 맥주 한잔으로 두 시간 정도 버티다가
심심해서 우동을 주문해 봅니다
우동은 키친으로 주문을 넣어야 하는데요
테이블마다 붙어있는 큐알코드를 이용하면 됩니다
우동이 준비되면 문자가 오고
키친으로 직접 가서 금방 만든 우동을 받아다가
맛있게 호로록~~ 하면 된답니다
여행 중엔 국물이 최고라니까요~~^^

다섯 시간이 이렇게 긴 시간이었나요?
먹어도 태블릿을 봐도 인터넷을 열심히 해봐도
시간이 참~ 느리게 갑니다
피곤함도 달래고 시간도 소비할 겸~
샤워를 신청해 두었어요
3시간 전에 신청했는데 대기자가 많아서
이제야 샤워하러 오라고 문자가 옵니다
그런데 샤워실이~ 와우~
완벽한 개인 욕실 수준이었어요
비데와 함께 마련된 변기부터
깔끔하게 정돈된 샤워실 환경까지~
마음에 드는 시설과 크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헤어드라이어를 비롯해서 칫솔 치약,
스킨, 로션에 갈아 신을 일회용 슬리퍼까지~
아무것도 가져가지 않아도 불편함이 없도록
여행객의 상황을 배려해서 세심하게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사용해야 할 타월도 사이즈별로 비닐백에 잘 포장되어서
청결을 의심하지 않아도 될 듯했습니다

샤워꼭지도 두 개나 되는데요 물살의 세기도 맘에 들고~
깔끔하고 편리한 샤워 시설에 후한 점수를 주고 싶네요

와인병 모양과 크기에
샴푸, 린스, 바디워시까지~ 완벽했습니다
20분이라는 주어진 시간이 있지만
삼십 분만 넘기지 않으면 문을 두드리지는 않더라고요
머리까지 말리느라 약간 시간이 지체돼서
딱 30분을 넘기고 나가려던 찰나에
똑똑~ 노크를 받았거든요~^^

따뜻한 샤워로 몸도 훈훈해지고 피로도 좀 풀리는 듯합니다
따뜻한 티라도 한잔 마실까~ 하다가~~

역시 샤워 뒤에는 시원한 맥주가 국룰이지~~ ^^

이제 탑승 시간이 가까워 옵니다
5시간 동안 버티던 라운지를 나서니
하루종일 그곳에서 근무한 기분이 들 만큼
라운지에 대한 환상도 미련도 없어지더라는~^^
한국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 게이트로 가는 길~
오마나~ 새벽 1시가 가까워지는 이 시간에
문을 열고 영업하는 상점이 많아서 깜짝 놀랐어요
일본 과자와 술, 담배등을 파는 면세점은 물론이고
헤르메스처럼 고급 브랜드도
여전히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일부 닫힌 상점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상점이 이 시간까지 영업을 하고 있음이
신선한 놀라움으로 다가오네요
열려있는 오메가 스토어에 걸린 낯익은 얼굴~
한소희 배우의 사진이 반갑더라고요

새벽 시간에 여행을 떠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여행자 보험을 살 수 있는 보험 자판기도
참으로 일본 스러운 아이디어 아닌가요?

드디어 한국행 아시아나 비행기에 탑승합니다
단거리 구간을 운항하는 기종이어서 일까요?
비즈니스 좌석이 옛날 스타일이네요
앞뒤 그리고 좌석 공간만 약간 넓고
이코노미처럼 오픈된 공간에 비스듬히 누여지는 시트,
치과의자~ 미끄럼틀 시트더라고요

그냥 잘까 하다가 닭죽이 메뉴에 있길래 시켜봤는데
그저 그런 맛이어서 다 남겨버렸다네요

드디어 집 떠난 지 24시간 만에 한국 도착입니다
이렇게 까지 해서 마일리지로 비즈니스를 타야만 했을까?
잠시였지만 후회? 반성? ~ 살짝 스쳐갑니다
비즈니스를 타면 몇 번을 갈아타도 피곤하지 않을 거 같았는데
완전히 잘못된 생각이었음을 깨닫습니다
마지막 비행기 내리기 전에
1시간가량 깜빡 잠이 들었던 게 수면시간의 전부였는데요
24시간 동안 한 시간 잔 거라는 계산이 나오네요
그래도 한국에 오니 기운이 다시 샘솟는 듯한데요?
공항 벽면의 그래픽은 어쩜 저리도 이쁠까나?
역시 디지털 강국이얌~~^^

지금 시간이 새벽 4시~
여동생이 새벽잠을 포기하고 마중 나와 있겠죠?
잠시 후인 11시에 친구들과 시내에서 만나기로 되어있어서
다시 기운을 내야만 합니다
뭐가 그리 급해서 그렇게 약속을 잡았냐고요?
오늘 만날 친구 중 한 명이
저녁에 시드니로 여행을 떠난다고 하더라고요
오늘 아니면 그 친구 얼굴을 볼 수 없을 거 같아서
점심이라도 함께 먹자고 약속을 잡았다네요
저녁에 비행기를 탈 친구도 무리한 스케줄이 됐겠지만
저 역시 말이 안 되는 무모한 스케줄로
도착하는 날 바로 서울 시내를 활보하게 되었답니다
한 시간 수면으로 버티는 어메이징 한 저의 스케줄은
오늘밤까지 36시간 동안 계속될 예정입니다
설마~ 쓰러지기야 하겠나요?~ ㅎㅎㅎ